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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썸타지 마세요 – 브런치

썸이든 뭐든 관계가 시작되기 전, 관심 있는 여자가 생기면 당신은 그녀에게 … 있는 남자가 주말에 밥 먹자기에 바로 티켓을 취소한 적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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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여자 밥 약속

  • Author: 연애심리,비글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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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1. 6. 16.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gEofeEnlCUk

혼자 썸타지 마세요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시도하면 기어이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이 속담은, ‘줄기차게 꼬시면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곤 합니다.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우리 주위에는 이 문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이 속담에는 열 번을 찍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상대방이 열 번 찍을 기회를 나에게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찍었다는 건 (상대가) 최소한 찍을 기회는 주었다는 의미이고, 찍을 기회를 줬다는 건 찍혀 넘어갈 가능성이 있었다는 의미이니,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의 끊임없는 시도는 언제나 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가망도 없는 상태 즉 상대는 찍을 기회조차 줄 생각이 없는 상태인데 줄기차게 찍으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대면조차 원치 않는 상대를 찾아가 열 번씩 찍어대면, 그건 열정도 진심도 아닌 그냥 민폐이자 진상입니다. 일종의 죄악이에요.

여자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험담의 대상이 되는 남자는 ‘눈치 없이 들이대는 남자’입니다. 성질 더러운 남자, 나쁜 남자, 못돼먹은 남자 등등보다 ‘단언컨대’ 훨씬 더 자주 험담의 대상이 됩니다. 이 얘기를 하면 남자들의 반응은 주로 “너무 하다”는 것이에요. 다 좋아서 하는 행동인데, 그걸로 비난을 하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요컨대 사랑이 죄냐는 것인데, 사랑이 죄냐고 묻는다면 사랑은 죄가 아닙니다.

문제는 애정표현입니다. 그 무엇을 향하든 사랑은 나의 자유이지만, 그 사랑을 상대에게 실컷 표현하는 것은 결코 자유의 영역이 아닙니다. 애정표현이란 건 기본적으로 서로 호감이 있는 관계에서 오가는 거잖아요. 남녀간의 애정표현은 연애라는 장치가 우리에게 부여해주는 자격과도 같은 것입니다.

다가가도 될까 다가가면 안 될까. 사람은 고스톱을 잘 쳐야 아니 잘 해야 합니다. GO와 STOP을 제 때 못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고스톱을 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연애가 시작되기 전 애매한 그러나 달달한 상태로 서로 밀고 당기는 걸 ‘썸을 탄다’고 하죠. 그런데 이게 ‘썸’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면 그건 썸이 아닙니다. 열에 아홉은 그렇습니다.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노래 가사 때문인지 맞는 듯 아닌 듯 어딘가 알쏭달쏭한 게 썸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썸타는 관계는 아직 연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니가 나의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의미이지, 둘 사이에 썸띵 스페셜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헷갈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건 모를 수가 없어요. 모르겠으면 없는 거예요. 그래도 헷갈리니까 분명한 기준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서로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만 하루, 이틀이 넘어가면 보통은 썸이 아니라고 보면 됩니다.

밤 10시 넘어서 메시지할 때 상대가 집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내가 모르고 있으면 보통은 썸이 아닙니다.

썸이든 뭐든 관계가 시작되기 전, 관심 있는 여자가 생기면 당신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낼 테죠. 깨톡같은 거요. 이때 답장이 안 오면, 그냥 거기에서 스톱하는 게 좋겠습니다. 답장을 못 받은 절망적인 마음을 ‘이 여자가 혹시 튕기는 게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연결 짓지 말아주세요. 마음이 있는데도 튕기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예 답장을 안 한다는 건 대화 자체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답장이 너무너무 오랜 시간 동안 오지 않는다면 그것도 대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라고 보면 됩니다. 너무너무 오랜 시간이 얼마 동안이냐고 묻는다면… 여덟 시간 정도라고 해두고 싶네요.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그 사람의 사생활에는 뭔가 대단히 숭고한 게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해요. 그렇지만 사실 상대방도 당신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눈뜨고 일하고 쉬고 놀고 화장실가고 멍 때리고 핸드폰 보다가 눈감고 잡니다. 법적으로 일일 노동 시간은 8시간입니다. 평균 (권장) 수면시간도 8시간입니다. 여덟 시간 이상 핸드폰을 못 볼 것 같은 상황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잘 없죠?

물론 무얼 하느라 혹은 사정 때문에 정말로 메시지를 늦게 봤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사과의 말이나 설명의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언반구 없이 매번 답이 함흥차사라면, 글렀다고 보면 됩니다. 튕기는 거 아니냐고 제발 묻지 말아주세요. 튕기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자, 몇 번의 메시지가 오가고 나면 이제 데이트 신청 비슷한 걸 하겠죠? 제안을 하는 입장에서는 데이트 신청을 하는 수준의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어차피 겉으로야 그냥 가벼운 식사 요청이에요.

아 잠깐만요, 설마… 상대방의 마음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데이트합시다!”와 같은 멘트를 날리려는 건 아니겠죠? 그냥 심플하게 밥 먹자고 하세요. 이건 무엇보다 당신을 위해서인데, 그래야 거절당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굳이 데이트라고 못 박아두면 만남에 부담을 갖고 제안을 거절할 수가 있어요. ‘데이트하자는 제안에 응했으니 내 쪽에서도 이성적인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 정도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거든요. 그냥 밥 한 번 먹는 건 상대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테니, 그냥 밥 먹자거나 커피 한 잔 하자는 정도의 제안이 좋습니다.

아무튼 당신이 만나자는 요청을 했는데 상대가 거기에 응할 생각이 없다면, 그쪽에서는 무엇이든 핑계를 댈 것입니다.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살자는 것도 아닌데, 싫으니까 꺼지라는 식으로 직구를 날릴 여자는 잘 없습니다. 그냥 만나기 싫은 거여도 선약이 있다든지 몸살 기운이 있다든지 어떤 구실을 댈 것입니다. 아무튼 처음의 제안을 거절당했다면, 일단 절반 이상의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아마 한 번 정도는 더 만나자고 해볼 수 있겠지요? 이번에도 상대가 어떤 이유를 대서 거절한다면 그건 아닌 거예요. 당신을 만날 생각이 없는 거예요. 순진하게 ‘두 번 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었겠지’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상대도 당신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관심 있는 사람, 꽤 괜찮은 사람과의 만남을 두 번씩이나 거절하지 않아요. 정말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요? 정말 사정이 있어 두 번이나 약속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쪽에서 먼저 대안을 제안하든가 할 거예요.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엔 선약이 있는데 다음 주는 어떠세요?”라든지 “제가 주말에는 힘든데 평일은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요. 그런 거 없이 그냥 무슨 구실을 대서 두 번 이상 거절하면 아닌 거고, 혹시 그 이후에 한 번 정도는 더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세 차례 거절을 당했으면 그냥 근처에도 가지 말고 앞으로 연락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자도 괜찮은 남자가 있으면 만나고 싶습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싶습니다. 밤새 노닥거리고 싶고 구석구석 만지고 싶습니다. 전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 주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두었다가 관심 있는 남자가 주말에 밥 먹자기에 바로 티켓을 취소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 열정도 다 지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그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요.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겨 하루 온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일, 그 사람 생각에 전전반측 잠 못 이루고 밤을 지새우는 일, 13초당 한 번씩 그 사람의 SNS에 접속하는 일, 그 사람이 올린 사진을 살포시 내 휴대폰에 저장하는 일, 교회 가서 그 사람도 날 좋아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떼써보는 일, 그래서 주일 헌금을 평소보다 1.7배쯤 많이 하는 일, 우리 둘이 꼭 사귀게 해달라고 부처님 앞에 삼천배를 올려보는 일, 친구들 만나서 줄기차게 그 사람 얘기만 하는 일, 이번엔 정말 다른 것 같다고 믿어보는 일, 그 사람과 손잡고 걷는 날을 그려보는 일, 그러다 뽀뽀하는 상상까지 해버리는 일.

모두 당신이 해도 되는 일입니다. 그 누구의 자유도 구속하지 않는 일들이니까요.

그리워서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일, 답장이 안 오면 깨톡을 보내고 또 보내는 일, 왜 답장을 안 하냐고 앙탈을 부리는 일, 목소리 듣고 싶어서 야심한 시각에 전화 거는 일,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왜 다른 남자랑 밥 먹었냐고 따지는 일, 어쩐지 치명적으로 나온듯한 내 셀카 사진을 수줍게 한 장 보내보는 일, 보고 싶으니까 네 사진도 한 장 보내달라고 청해 보는 일, 나에게 철벽을 치지 말라고 선언하는 일, 튕기지 말라고 엄숙히 경고해보는 일, 야식을 사들고 회사 앞으로 찾아가는 일. 예고 없이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일.

모두 당신이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상대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는 일들이니까요.

호의도 안 되냐고 묻지 마세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무언가를 보낼 때에는 상대방의 허락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좋아한다는 말이나 밥이나 선물이나 그런 것들은 다 좋은 거니까 허락 없이 마구 퍼주어도 되는 게 아니냐구요? 네, 아니에요. 그건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을 때에만 좋은 거예요. 예고 없는 방문, 설레는 말 한마디, 다정한 이벤트. 이건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을 때에만 기분 좋은 것들이에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반할 자유, 누군가를 좋아할 자유, 사랑할 자유, 애정을 표현할 자유는 전부 소중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 자유는 ‘원치 않는 불쾌함을 겪지 않을 상대의 자유’ 앞에서 멈춘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그녀에게 반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만 몰래 가르쳐줬던, 여자친구 반드시 사귀는 방법

미나한테 자꾸 예쁘다고 칭찬하고 밥 먹자고 조른다. 그리고 사나가 보는 앞에서 일부러,

“아유 미나는 너무 예뻐. 미나는 누가 데려갈까? 미나 남자친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야”

이런 속 보이는 멘트를 재활용한다. 사나에게 들키는 것이 목적이고 사나의 속을 긁어 놓는 것이 목적이므로 일부러 사나 보는 앞에서 미나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낸다.

그러면 사나는 신경을 안 쓰지만 속으로는 ‘이 사람 이거 진짜 못 쓰겠네, 상도가 없네, 남자가 참 방정맞고 경박한 남자네’라고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못생기면 양심이라도 있던가, 못생긴 주제에 양심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나가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 와중에 자기 친구 미나 또한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 사나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나와 사나는 가장 친한 친구이므로 둘이 카페에서 커피 마시게 될 때가 있다. 사나는 미나에게 슬쩍 지나가는 투로 이런 말을 한다.

“미나야. 너한테 자꾸 들러붙는 그 오빠 있잖아. 나한테도 막 예쁘다고 그러고 밥 먹자고 졸랐었거든. 그런데 내가 부담스럽다고 그러지 마시라고 그 선배한테 딱 자르는 문자도 보냈었거든”

이러면서 사나는 자신의 친한 친구 미나에게 나에게 받았던 문자나 자기가 보냈던 문자를 증거로 보여준다. 그리고 사나는 미나에게,

“내 생각에 그 오빠는 좀 이상해. 얼굴도 못생겼는데 어떻게든 여자친구 하나 걸려라는 식으로 여기저기에 막 들이대보는 오빠인 것 같아.”

라고 뒷담화를 한다.

미나는 안 그래도 못생긴 게 요즘에 자기한테 자꾸 데이트 신청을 해서 막 짜증이 나고 있었는데 사나의 말을 듣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괘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게다가 ‘이 사람은 설마 내가 자기하고 사귈 급이라고 보는 건가?’싶어서 자존심도 상한다.

사나와 카페에서 헤어진 그날 저녁, 미나는 이런 문자(카톡)를 보낼 것이다.

「저기요 오빠, 이제 저한테 예쁘다는 말이나 밥 먹자는 말 같은 것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 진짜 불편해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분노가 이글거리는 문자를 보낼 것이다. 그러면 나는 한 1분간 뜸을 들였다가 답장을 보낸다.

「응,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네 부탁대로 할께」

이번에도 쿨내가 풀풀 나는 문자를 보낸다.

사나와 미나 등의 여자들에게 이런 문자들을 내가 받는 것도 다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부이다.

이제 거의 다 되어간다. 이쯤에서 사나와 미나 대신에 또 쯔위라는 새로운 여자에게 위의 ‘문자 받기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야 할 때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이미 사나와 미나는 나를 괘씸하다고 생각해서 같은 과의 동기와 친구들에게 안 좋은 내용을 퍼뜨리고 있을 것이다.

“야 너만 알아라. 저 오빠 있잖아, 여자들한테 계속 예쁘다고 하고 밥 먹자고 하고 들이대는 오빠야. 그래서 제발 그런 짓 좀 하지 말라고 문자도 보냈었어. 으, 진짜 진짜, 너무너무 싫어.”

등의 내용으로 험담을 하게 될 것이다. 나와 사나, 미나가 속해 있는 그 조직(대학 학과) 내에서 나는 소문이 퍼져서 상종도 못할 폐급 쓰레기로 매도될 것이다. 소문이 퍼지면 여자들은 나하고 이야기도 잘 하지 않으려 하고 인사도 마지못해 나눈다. 철저히 왕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 또한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겪어야 하는 아픔의 일부이다. 계획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우선 의연한 처신이 중요하다. 우리 과의 여자들이 다 나를 기피하고 멀리해도 나는 절대 그들에게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 ‘왜 나를 피하는 것이냐?’라는 구질구질한 질문을 해서도 안 된다. 그냥 그 애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고, 무시하면 무시당해주고, 이런저런 변명 같은 걸 늘어놓지 않고 내버려 둔다.

그리고 우리 과 아닌, 그리고 우리 과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다른 과의 그리 안 예쁜, ‘내가 충분히 사귈 수 있는 찐빵같이 생긴 여자’를 한 명 물색한다. 반드시 내가 사귈 수 있는 급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일단 정성을 들이는 거다. 겨울 GS 편의점의 빵통 안에서 돌고 있는 호빵같이 생긴 그 여자에게 예쁘다고 칭찬도 계속하고 관심 있다고 자꾸 고백한다. 한정식도 사주고 삼겹살도 사주고 햄버거도 사주고 베트남 쌀국수도 사준다. 후식으로 배스킨라빈스도 사주고 길에서 인형 뽑기 같은 거 해서 던져주듯이 선물도 준다. 그러면 그 찐빵같이 생긴 여자는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관심과 호의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나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제부터는 나는 절친한 친구이자 포로가 된 이 찐빵을 데리고 와서 본격적으로 우리 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사나에게 보여주고 미나에게 보여준다. 되도록 자주 우리 과 사람들에게 찐빵의 얼굴을 보여준다.

사나하고 미나는 나하고 찐빵이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뒤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하이고, 저 봐라, 저거!! 그렇게 여기저기 여자친구 만들어볼 거라고 들쑤시고 다니더니 결국 한 명 성공하셨나 보네!! 진짜로 용쓴다!!! 그런데 딱 자기같이 생긴 여자 만났네. 둘이 쌍둥이네~ 천생 연분이다야”

둘이서 이런 말을 하면서 까르르 웃고 놀린다.

그런데 이 사나와 미나가 굳이 나와 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는 찐빵한테까지 애써 연락해서는,

“야, 찐빵아, 네가 지금 썸 타고 있는 그 오빠, 행실이 안 좋아서 우리 과에서 매장당하고 따돌림당하는 선배야”

라고 일러바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찐빵이 우리 과도 아닐뿐더러, 자기보다 예쁘지도 않으니까 그냥 ‘아싸 둘이서 상처를 보듬어가며 천생연분처럼 사귀는갑다’ 하고 별 상관을 안 한다.

지금까지 위에서 쭉 적어 놓은 과정은 다 어렵지 않은 일이고, 실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80%는 완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고지가 눈앞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내가 사랑하는 사나와 불편하게 마주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복도에서 단둘이 지나간다든지, 강의실에 앞뒤로 앉았다든지 말이다.

이때가 중요하다. 여태껏 사나가 받아주지 않아도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웃고 지나쳤겠지만 이번만큼은 ‘이미 나는 관계가 많이 진척된, 곧 사귈 여자가 있다’라는 식으로, 마치 ‘사나 너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는 식으로 승자의 여유와 교만함이 넘치는 눈빛으로 사나를 한껏 비웃어주고 지나간다.

절대 인사를 건네거나 얼굴에 호의를 보이면 안 된다. 마음속으로 ‘훗! 천한 무수리 같으니라구! 너 따위는 이제 트럭째 갖다 줘도 관심 없다!’라는 식으로, 한껏 도도하게 쌩까고 지나간다. 들리도록 콧방귀를 소리 나게 팽 껴도 된다.

그러면 그날 집에 간 사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녀는 참으로 얼척이 없을 것이다.

‘못생긴 지까짓 것한테는 애당초 아무 관심도 없었고, 맹세컨대 호감이 1도 없었고, 오히려 나한테 접근하는 것도 귀찮고 밥맛 떨어졌었다. 못생긴 주제에 감히 날 넘보는 게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여자 하나와 잘 되어간다고 마치 자기가 승리자인 것처럼 굴다니 대체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

대체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기가 막힌다. 사나는 공부하다가 내 비웃는 표정이 생각나면 갑자기 연습장에 마구 볼펜으로 낙서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려고 누웠다가 내 교만한 표정이 생각나면 짜증이 나서 옆에 있는 곰인형을 주먹으로 몇 대 쥐어박기도 할 것이다.

‘에잇 몰라 짜증 나. 못생긴 둘이서 지지고 볶든 잘해보셔!! 아유 참 웃기지도 않아!!’

라고 생각하고 나에 대해 일체의 신경을 끄려고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망의 마침표를 찍을 차례이다. 드디어 기나긴 고래잡이의 마지막 작살을 던질 차례이다.

사나와 그런 사소한 마찰이 있고 나서 얼마 후 지금껏 잘 지내던 찐빵과 실제로 연인 사이가 되어 버리는 거다.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약간의 잔인함과 과감함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껏 필요해서 데리고 다녔던 이 찐빵과 실제 커플이 되고, 주위에는 커플 선언을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동네방네 광고를 해야 한다. SNS에는 초콜릿 사진이나 로얄제리 같은 사진을 많이 올려서 보기만 해도 혓바닥이 달달해지도록 꾸며 놓는다.

이제는 사나와 미나도 내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찐빵을 데리고 자주 우리 학과 근처에 출몰하면서 데이트도 하고 같이 치킨도 시켜 먹고, 잔디밭에 앉아 사발면도 끓여먹고,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뽀뽀도 쪽쪽 한다. 한동안 이렇게 데이트를 한다.

이렇게 내가 연애를 하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그동안 학과에서 나에 대해 떠돌던 험담이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연애의 효과이다.

또 사나와 미나는 속으로는 내가 아니꼽고 하는 짓이 얄미워서 매우 싫어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자기들을 여전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나와 미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계속 나를 미워하는 티를 내면 내가 마음속으로 ‘쟤들이 내가 여친 생긴 것을 질투해서 저러나?’라고 오해라도 하는 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오해가 싫어서 일부러 나에게 인사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준다.

이렇게 나와 사나와 미나, 그리고 우리 과 사람들은 겉으로 보았을 땐 다시 아무 일 없던 옛날의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여자친구와 커플 선언을 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이다. 내 새로 생긴 여자친구는 생긴 건 비록 약간 아기 하마와 같이 생겼지만 ‘물먹는 하마’와 같이 내 주변의 나쁜 기운을 모조리 빨아들여주는 것이다.

찐빵 같은 여자친구는 나의 대학 생활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소중한 얘다. 사나와 미나 등의 얌체 같은 계집애로부터 받았던 자존심의 상처도 치료해준다. 얼굴은 그리 안 예뻐도 속이 참 깊다 싶다.

흔히들 얼굴값 한다고 하듯이 얼굴 예쁜 여자는 얼굴값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불편한 상황도 만들지 않고, 토익도 800이 넘는 경우가 많고, 요리 같은 걸 잘하는 경우도 많다. 얘가 손끝이 참 야무지기 때문에 PPT 같은 것 만들어오라고 시켜 놓으면 얼마나 잘 해오는지 모른다. 또 미모에 과하게 관심이 없어서 화장품 값이나 옷값도 적게 들어간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찐빵같이 생긴 내 여자친구가 그저 나의 천생연분이다,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여기면서 계속 사귀면 된다. 사나나 미나같은 얄미운 불여시보다 내 여자친구가 백배 나은 여자친구라고 알고 이쁜 사랑을 가꿔나가면 된다. 그러다가 정들면 결혼도 하고 오순도순 백년해로하는 것이다.

이상으로 내 주변 친구들에게만 가르쳐줬던 여자친구 만드는 꿀팁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가 위에서 자세하게 가르쳐준 방법대로 하면 거의 대부분 좋은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여자친구 만드는 법이라고 했지, 사나같이 이쁜 여자 사귈 수 있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태클 걸면 안 됨.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찐빵을 좋아하고 사귀면 되지, 왜 굳이 사나 미나한테 연락하고 차여야 되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만, 걔들 안 만났으면 내 찐빵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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