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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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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여자 유두 노출
- Author: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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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1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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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여자 수구 경기에서 격렬한 몸싸움 도중 여자 선수의 가슴이 노출된 장면이 미국 등 일부 지역에 방송되는 사고가 발생
미국 NBC 방송은 여자 수구 선수의 수영복 상의를 잡아당겨 가슴이 노출된게 중계하던 카메라에 잡혀 NBC 방송에 그대로 방영
여자 수구는 원래 몸싸움 도중 신체부위가 노출되는 일이 많아 방송으로 생중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네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편집자주 강소희 작가, 서효인 시인이 스포츠로 풀어내는 세상 이야기. 스포츠에 열광하는 두 필자의 시점에서 이 시대의 스포츠를 응원하고 지적합니다.
<12> 유니폼과 여성의 몸
지난해 노르웨이 비치핸드볼팀
비키니 대신 반바지 입었다고 벌금
그러면서 ‘노브라’는 민망해하는 세태
여성의 신체 재단하는 문화 멈춰야
‘젖꼭지’는 좀 너무하다
젖꼭지. 이 단어를 쓰기까지 썼다 지우기를 몇 번이나 했다. 젖꼭지는 확실히 눈, 코, 입 같은 것과 다르다. 엉덩이하고도 다르다. 호명의 어려움이 볼드모트에 버금간다. 볼드모트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인 데 반해 젖꼭지는 너무 가까이, 언제나 있는데도 그렇다. 그것은 제 이름보다는 니플, BP(Breast point) 같은 걸로 불린다. 외국어로 하면 젖꼭지가 가진 민망함이 덜해져서일까. 아동 차별 업소를 노키즈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하여간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그렇다. 살면서 이렇게 젖꼭지라는 단어를 많이 쓴 건 처음인 것 같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국인인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고 있다. 도대체 젖꼭지가 뭐라고? 젖꼭지이기 때문이다. 쌍자음이 두 개나 있다는 점, ‘젖’과 ‘꼭지’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무래도 이 단어는 너무 적나라해서 쓸 수 없으므로 jkj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친구가 있다. 제이케이제이. 제이케이제이. 며칠이 지나도록 나는 jkj를 혼자 발음해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젖꼭지가 jkj로 되는 순간, 원래의 단어가 지녔던 지나친 밀도와 수치심과 민망함은 순식간에 휘발되고 오직 중립적이며 쾌적한 느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바짝 마른날에 나무 그늘 아래 부는 선선한 바람처럼 건조한 어감이 좋아서 나도 이제 마른 세수를 부르는 ‘젖꼭지’ 대신 ‘jkj’를 쓰려고 한다. 비로소 속이 편안해진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인이다.
jkj와 존엄은 양립할 수 있을까
jkj라는 단어의 창시자인 호영씨는 ‘존엄과 jkj’라는 글에서 복싱을 시작하고 난 뒤 jkj로 인해 고통받았던 경험을 자세히 묘사한다. “복싱장에서 나눠주는 운동복은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얇은 티셔츠와 반바지였다. 되도록이면 안에 티셔츠를 하나 더 입곤 했지만 그렇게 한 겹 보호막을 두르더라도 천이 너무 얇고 흐물흐물해서 몸에 자꾸 달라붙었다. 땀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는 강도로 운동을 할 때 상의를 두 겹 입는 것의 고충은 말할 필요도 없다. 티셔츠는 성별 이분법에 충실한 방식으로 배정되었는데, 여자는 빨강, 남자는 파랑색 티셔츠를 받았다. 분홍색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억지로 분홍색을 입어야 하는 상황을 혐오한다.) 그날 나는 운동복 안에 입을 티셔츠를 챙겨 오는 걸 깜빡했고, 흐느적거리는 운동복을 입은 채 전신거울 앞에 섰다. 복싱 수업을 하기 전에는 10분 정도 줄넘기를 해야 했다……젓가락 같은 다리, 굽은 어깨, 그리고 맨몸에 바로 티셔츠를 입은 탓에 자꾸만 천에 쓸려 두드러진 jkj… 몸을 키우고 싶어서 복싱을 다니는데 1년이 지나도 내 몸의 형태는 그대로였고 내 옆에 있는 파란티 사람은 나의 2.5배 정도 두께의 몸통에서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 탄탄한 가슴근육, 구김 없이 떨어지는 폴리에스터… 그 옆에서 가느다랗고 경박하게 폴짝거리는 나, 그리고 자꾸만 눈에 밟히는 나의 jkj.”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jkj는 운동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도 잔잔하고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다. 특히 여름의 jkj는 인생 과제에 꼽아도 될 정도다. 다른 계절에는 대충 얼버무리고 다닐 수 있지만 옷이 얇아지는 여름에는 jkj와의 정면 승부를 피할 길이 없다. 승부라고 하기엔 나의 패배가 확실하지만. 내가 패배한다고 해서 jkj가 승리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게 다 무슨 말이냐면, 가슴에 멍울이 잡힌 십 대 초반부터 브라를 착용당함으로써 가슴과의 관계를 설정해온 내가 더 이상 브라를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겪게 되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브라 종신형에 처해져 일생을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노브라의 맛을 알아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자유란 그런 게 아닐까.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는 것.
여성의 가슴을 향한 거대하고 촘촘한 가스라이팅
여자 중학교에 다닐 때 음악실에 가면 속옷 검사를 했다. 브라는 흰색이나 살구색이어야 하고, 그 위에 메리야스를 입어서 브라의 존재를 완벽하게 감춰야 했고, 치마 밑에는 속바지를 입어야 했다. 까만색 브라를 하고 메리야스를 입지 않는다는 건 교사 및 학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였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딱히 까만색 브라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그냥 하란 대로 했는데 짝꿍은 아니었다. 틈만 나면 까만색 브라를 하고 메리야스를 입지 않았다. 쉬는 시간 엎드린 그 애의 교복 위로 도드라지는 까만색 브라를 보면서 ‘브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저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라며 이상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진짜 이상한 건 남의 속옷 색깔에 개입하는 학교 측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여성의 몸을 야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태도를 고스란히 내면화한 여중생이었다.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다. 남학생들은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하곤 했다. 여학생들은 축구는커녕 그냥 달리는 것도 꺼려 했다. 가슴이 흔들리면 조롱거리가 됐으니까. 가슴이 작으면 절벽이라고 놀림당하고 크면 젖소라고 놀림당했으니까.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나는 그게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회적 가스라이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거대하고 촘촘하고 일상적이어서 알아차린 뒤에도 출구를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출구가 있기는 한 걸까?
노브라, 위풍당당하거나 민망하거나
노브라 패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기사를 읽다 보면 흥미로운 두 개의 수식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위풍당당’과 ‘민망’이다. 외국 셀럽이 하면 위풍당당한 편이고, 한국 셀럽이 하면 민망한 편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언더붑 패션을 언급하며 여성 신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여성 연예인이 브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내리락거리고 찬반양론이 펼쳐지는 걸 목격하는 사람으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심한 말과 비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길이 없다.
자신의 신체를 긍정하라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라는 용어도 여기저기서 선언되고 유통되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데 싶다. 당장 얇은 티셔츠에 노브라로 나가면 노골적인 행인의 시선이 내 JKJ를 뚫어버릴 것만 같은데. 여성들의 상의 탈의 사진 게시물을 플랫폼에서 강제로 삭제하고, 이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가 다시 논란이 되는 이 나라에서? 한국 여성의 적정한 유두 크기를 표로 제시하고 성형을 권하는 이 나라에서? 신문 기사를 보러 들어갔다가 이쁜이 수술 배너에 노출당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여성의 몸이라면 1mm까지 재단하고 평가하고 상품화하는 이 나라에서?
여성의 신체에 배놔라 감놔라는 그만
여성의 신체에 대한 ‘배놔라 감놔라’ 타령은 스포츠계에서도 꾸준히 자행된다. 지난해 유럽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비키니 팬츠 대신 반바지를 착용한 노르웨이 팀에게 유럽핸드볼연맹은 “의복 규정 위반”이라며 1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여자 배구 선수들의 유니폼 규정은 또 어떠한가. 불필요하게 짧고 달라붙는 유니폼을 개선해달라는 선수들의 요구는 꾸준히 묵살되고 있다. 거기에는 ‘그래왔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여성의 몸이란 언제나 당사자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국가 대표가 된다 한들 남성에게 보여지기 위한 여성으로 먼저 간주될 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너무 양성평등에 과몰입한 것처럼 보일까. 아닌 건 아니다. 아주 보통의 jkj 부터 프로 선수의 유니폼까지 빠짐없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빼앗긴 jkj에도 봄은 올 것인지?
얼마 전 농구를 하러 갔다. 보디 포지티브하고 싶지만 jkj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물쭈물한 나는 브라를 하지 않는 대신 실리콘 브라를 붙이고 갔다. 물론 그 위에 딱 붙는 메리야스를 입는 것도 잊지 않았다. 농구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가슴이 툭 떨어졌다. 땀이 차오르면서 실리콘 브라가 가슴에서 배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나는 그대로 게임을 중단하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손가락에 감는 경기용 테이프로 jkj를 꼭꼭 눌러 붙이고 난 뒤 게임을 재개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jkj는 테이프 모양대로 발갛게 쓸려 있었다. 그 자국 위에는 동그란 니플 패치 자국이 더해지고, 마름모꼴의 방수 밴드 자국이 더해진다. 나는, 나의 jkj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젖꼭지가 너무 아프다.
강소희 작가·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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